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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하루키

하루키 카테고리에 대해.

by jgo 2022. 9. 14.

2018년 여름. 저는 이십 대 초반의 나이였습니다. 시골마을에 살던 제가, 대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되었지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중, 고등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지식들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저는 그것들을 소화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배우기에는 너무 이르다 생각하면서. 그 여로에서 사람들을 잃기도 하고 또다시 사귀기도 하면서, 경험을 얻고 또다시 지워지고 하는 것들을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상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사람들과 이별하고 관계가 끊어지는 일은.

이에 대한 반발작용이었을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필연적인 과정이었을까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제 삶에서 무언가가 빠지고 비어버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부터 비어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평소처럼 살아가다가 깨닫게 된 것이죠. 자주 가던 골목길에 못 보던 가게를 시나브로 발견하듯이. 그렇기 때문에 다시 채워 넣을 수도 없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비어버렸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원인을 알수도 없고 상황을 어찌할 수 없어 방치만 하던 어느 날, 해와 풀들이 무성한 8월에 더위를 피하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보게되었습니다. 제목에 홀린 듯이 책을 펼쳐 든 저는 앉은자리에서 4시간 동안 책을 탐독하였습니다. 그전까지 책이라고는 추리 소설밖에 간간히 읽던 제가 어떻게 그렇게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을까요. 그 이후로 저는 하루키의 책들을 하나둘씩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들거나 감명 깊은 책의 문장, 문단 등을 사진으로 찍어 하나하나 저장하였습니다. 제목까지 적어가면서. 상당 부분은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보존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고. 이 것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 카테고리는 이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때 당시에 저는 열망할 대상이 필요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게 우연히 하루키가 된 것이지요. 제20대 초반은 하루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디를 가도 꼭 작가의 책 한 권은 들고 다녔습니다.지금의 저를 만든 지난날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그 어린 나날 동안 지샌 수많은 치열한 과정들을 당신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 당시의 감정, 시기등 제 삶의 일부를 하루키의 말과 언어로 대신 담아 보냅니다. 

2018년 8월 14일 오후 4시 54분. 횡성의 어느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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